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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귀영의 안전 칼럼. ‘안전은 ‘설치’가 아니라 ‘작동’이어야 한다.‘

김귀영의 안전 칼럼. ‘안전은 설치가 아니라 작동이어야 한다.‘

감시카메라와 충돌방지시스템, 목적을 벗어난 운영은 또 다른 위험이 된다

 

건설현장의 안전관리 방식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작업자의 경험과 육안 점검에 의존했다면, 최근에는 감시카메라(CCTV), AI 기반 영상분석 시스템, 타워크레인 간 충돌방지장치(Anti-Collision System), 크롤러크레인 및 하이드로크레인의 선회제한 경보장치, 송전선로 접근 알람, 건축물·CPB(Center Pipe Boom) 간 접근경보 시스템 등 다양한 스마트 안전장비가 현장에 도입되고 있다.

분명 긍정적인 변화다.

위험을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사람의 실수를 기술로 보완하려는 시도 자체는 건설안전의 새로운 방향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 실제 운영되는 모습을 보면 중요한 문제가 하나 드러난다.

설치는 되어 있지만, 올바르게 운영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안전장비는 단순히 설치했다고 안전이 확보되는 것이 아니다.

그 시스템이 본래 목적에 맞게 정확히 운영될 때만 안전은 작동한다.

예를 들어 타워크레인 충돌방지시스템은 각 크레인의 작업반경, 높이, 선회각도, 권상 위치를 실시간으로 분석하여 충돌 위험을 예방하는 장치다. 하지만 현장 여건이나 작업 편의성을 이유로 제한영역을 임의 해제하거나, 경보를 반복적으로 무시하거나, 감도를 비정상적으로 조정하는 사례가 발생한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이는 안전장치를 설치해 놓고도 실제로는 무력화시키는 것과 다르지 않다.

크롤러크레인이나 하이드로크레인의 선회제한 경보장치 역시 마찬가지다.

송전선로나 인접 구조물과의 충돌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장치임에도 불구하고, 작업속도 저하나 작업 반경 확보를 이유로 임의 해제하거나 경보를 차단한 상태에서 작업이 진행된다면 사고 가능성은 급격히 증가한다.

특히 최근 증가하는 문제는 구조물 본래 목적 외 사용이다.

현장에서는 카메라 설치 목적이 감시가 아니라 작업 확인용으로 변질되거나, 타워크레인 구조물에 임시 장비나 전선, 조명, 통신장비 등을 무분별하게 설치하는 사례가 나타난다. 일부 현장에서는 장비 접근경보 센서를 구조체와 간섭되지 않도록 임의 이동하거나, 오경보를 줄이기 위해 센서 각도를 변경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행위는 단순 편의조치가 아니다.

이는 구조물 안정성과 장비 안전시스템의 신뢰성을 동시에 훼손하는 위험행위다.

타워크레인은 설계 당시 허용된 하중과 부착조건을 기준으로 구조 안전성이 검토된다. 여기에 목적 외 장비를 임의 부착하거나 케이블 하중, 진동, 풍하중 조건이 추가되면 예상치 못한 구조적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마스트, 지브, 브레이싱 등에 추가 하중이 발생할 경우 장기적으로 피로균열이나 체결부 손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현장이 안전장비가 있으니 안전하다는 착각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하인리히의 도미노 이론에서 사고는 단순한 실수 하나로 발생하지 않는다.

불안전한 상태와 불안전한 행동이 연쇄적으로 연결될 때 사고가 발생한다.

안전장비의 임의 해제, 경보 무시, 목적 외 사용은 모두 대표적인 불안전 행동이며, 잘못 설치된 시스템과 관리 부재는 불안전 상태에 해당한다.

, 스마트 안전장비가 늘어날수록 오히려 운영관리 수준은 더 중요해진다.

또한 호손효과(Hawthorne Effect) 관점에서도 중요한 시사점이 있다.

사람은 자신이 관리받고 있고 관찰받고 있다고 인식할 때 행동이 달라진다. 감시카메라와 안전시스템의 본질은 단순 기록이 아니라 위험행동을 스스로 억제하게 만드는 예방효과에 있다.

그런데 경보가 반복적으로 무시되고, 관리자가 이를 묵인하며, 시스템 해제가 관행이 되는 순간 현장은 반대로 학습한다.

울려도 괜찮다.”

꺼도 문제없다.”

이번만 넘어가자.”

바로 그 순간 안전시스템은 더 이상 안전장치가 아니라 형식적 장비로 전락한다.

건설현장의 미래는 단순히 장비를 더 많이 설치하는 것에 있지 않다.

중요한 것은 왜 설치했는가라는 본래 목적을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다.

안전은 장비 숫자로 완성되지 않는다.

운영 원칙이 지켜질 때 비로소 작동한다.

감시카메라도, 충돌방지장치도, 선회제한 시스템도 결국 마지막 핵심은 사람의 안전의식과 관리 실행력이다.

기술은 위험을 알려줄 수는 있지만, 위험을 무시할지 멈출지는 결국 조직이 결정한다.

서정대학교 소방안전관리과 겸임교수

건설기계 안전전문가 · 건설기계 안전정책 칼럼니스트

김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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