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귀영의 안전 칼럼. ‘계속되는 지게차 사망사고, 근본적 대책은 없는가’
― 사고는 지게차가 아니라 안전관리 시스템이 사람을 놓친 순간 발생한다
최근 연이어 발생한 지게차 사망사고는 우리 산업현장의 안전 수준이 여전히 “사고 이후 대응”에 머물러 있음을 보여준다. 충남 예산의 한 농장 야적장에서 이동 중인 지게차에 작업자가 부딪혀 사망한 사고, 그리고 경북 칠곡의 제조공장에서 지게차 점검 중 마스트와 헤드가드 사이에 작업자가 끼여 사망한 사고는 서로 다른 유형처럼 보이지만, 사고의 본질은 동일하다.
바로 “사람과 위험이 분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이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지게차는 산업현장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운반장비 중 하나다. 그러나 동시에 가장 많은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대표적인 위험기계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러한 사고가 새로운 유형이 아니라는 데 있다. 이미 수십 년 전부터 반복되어 왔고, 사고원인과 예방대책 또한 충분히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고가 계속 발생한다는 것은 단순히 작업자의 실수나 장비 결함의 문제가 아니라, 안전이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첫 번째 사고를 보면, 지게차가 적재물을 싣고 이동하는 과정에서 작업자와 충돌하였다. 이 사고의 핵심 원인은 “시야 제한 상태에서 사람과 장비가 동시에 같은 공간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지게차는 구조적으로 전방 시야 사각지대가 크다. 특히 적재물이 높게 적재된 경우 운전자는 전방 보행자를 즉시 인지하기 어렵다. 여기에 야적장 특유의 협소한 동선, 적재물에 의한 시야 차단, 소음, 작업 혼재 등이 더해지면 충돌 위험은 급격히 증가한다.
결국 문제는 “조심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위험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 속에서 작업이 이루어졌다는 데 있다. 사람과 장비의 이동 동선이 분리되지 않았고, 접근 통제도 없었으며, 유도자 배치와 작업 통제 역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다시 말해 사고는 우연히 발생한 것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예정된 결과에 가까웠다.
두 번째 사고 역시 마찬가지다. 점검 중이던 작업자가 지게차 마스트와 헤드가드 사이에 끼여 사망한 사고는 산업현장에서 반복되는 대표적인 협착사고 유형이다. 특히 지게차는 유압장치에 의해 포크와 마스트가 움직이는 구조이기 때문에, 엔진이 정지되어 있더라도 잔압이나 불시작동에 의해 갑작스럽게 움직일 위험성이 존재한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포크를 완전히 내리지 않은 상태에서 점검하거나, 시동 차단 및 Lock-Out·Tag-Out(LOTO) 절차 없이 작업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정비용 안전지지대를 사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이 이루어지는 사례도 빈번하다. 결국 “잠깐이니까 괜찮겠지”라는 익숙함이 사망사고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사고를 바라보며 우리는 다시 질문하게 된다.
과연 지게차 사고의 근본적 대책은 없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기술적으로는 이미 상당수 해결 가능하다. 문제는 기술이 없는 것이 아니라 적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재 자동차에는 기본적으로 적용되는 충돌방지기술, 접근감지센서, 후방카메라, 자동제동장치 등이 산업현장의 지게차에는 아직 선택사항 수준으로 머물러 있다.
지게차 사고의 가장 효과적인 예방대책은 “사람과 장비를 구조적으로 분리하는 것”이다. 보행통로와 장비 운행통로를 완전히 분리하고, 교차구간에는 접근감지 경보장치를 설치하며, 위험구역에는 물리적 차단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또한 적재 높이를 제한하여 운전자의 시야를 확보하고, 시야 확보가 어려운 경우에는 후진 운행과 유도자 배치를 의무화해야 한다.
최근에는 AI 기반 충돌방지 시스템과 인체감지 카메라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사람 접근 시 자동 감속하거나 경고음을 발생시키는 기술도 이미 상용화되어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기술의 존재”가 아니라 “현장 적용 의지”다.
여기에 조직문화의 문제도 함께 봐야 한다. 하인리히는 사고 원인을 불안전한 행동과 불안전한 상태로 설명하였다. 그러나 현대 산업현장의 사고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간다. 사고의 근본에는 “불안전한 조직 운영”이 존재한다. 생산성과 작업속도가 우선되는 현장에서는 위험이 관리 대상이 아니라 감수해야 하는 요소로 취급된다. 작업자는 위험을 알면서도 작업을 멈추기 어렵고, 관리자는 공정 압박 속에서 위험신호를 지나치게 된다.
여기에 호손효과(Hawthorne Effect)를 적용해볼 필요도 있다. 사람은 자신이 관찰되고 있다고 느낄 때 행동이 달라진다. 실제로 AI 카메라, 실시간 관제 시스템, CCTV 기반 위험 모니터링 등을 운영하는 현장에서는 작업자의 위험행동이 감소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즉, “주의해라”라는 구호보다 “위험행동이 발생하면 즉시 인지되고 통제되는 구조”가 훨씬 효과적이라는 의미다.
지게차 사고는 더 이상 예측 불가능한 우연한 사고가 아니다. 이미 사고원인도 알고 있고, 예방기술도 존재하며, 법과 기준도 상당 부분 마련되어 있다. 그럼에도 반복된다는 것은 결국 안전이 현장에서 실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제는 지게차를 단순 운반장비가 아니라 “고위험 이동장비”로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사람의 주의력에만 의존하는 안전관리에서 벗어나, 사람과 위험을 원천적으로 분리하는 시스템 중심의 안전관리로 전환해야 한다.
사고는 순간에 발생하지만, 그 원인은 오랜 기간 방치된 관리의 틈에서 만들어진다.
지게차 사고의 진짜 근본대책은 결국 하나다.
“사람이 위험에 접근하지 않아도 되는 작업환경”을 만드는 것.
그것이 산업현장이 반드시 가야 할 안전의 방향이다.
서정대학교 소방안전관리과 겸임교수
건설기계안전전문가 · 건설기계 안전정책 칼럼니스트
김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