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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실력이다.

몇 마디의 말로 누군가를 규정하는 것은 쉽지만, 그 사람이 살아온 시간과 그 안에 담긴 사정까지 들여다보는 일에는 마음과 시간이 필요하다.
오래전 방송되었던 드라마 상류사회에서 출연자가 동생에게 하는 말 중 마음이 실력이야라는 대사가 있었다.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인다. “그러니까 너는 실력이 아주 좋아.”

그 장면을 보고 나는 한동안 그 말 안에 머물렀다. ‘마음이 실력이다.’   

참 오래 생각하게 만드는 말이었다.   

드라마 속 막내딸은 소위 말하는 재벌가의 자녀답지 않게 바른 사고와 정돈된 인성을 가진 사람이었다. 가족들이 정해 놓은 기준과는 다른 삶을 꿈꾸었고, 직업을 선택하는 일에서도, 결혼할 사람을 찾는 일에서도 형제들과는 다른 자유로움과 휴머니즘을 보여주었다.   

그런 그녀를 가족들은 별나다는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녀의 오빠만큼은 달랐다.

그는 동생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었고, 동생 역시 그에게 마음을 기댈 수 있었다.   

그 장면에서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던 것은 재벌가의 이야기도, 가족 간의 갈등도 아니었다.바로 마음이 실력이다라는 말로 마음을 언급하고자 하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실력을 학력이나 권력, 경력, 직업, 성취와 같은 눈에 보이는 것으로 판단한다.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지, 무엇을 이루었는지, 어떤 자리에 있는지를 실력의 기준으로 삼는다.

그런데 살아갈수록 알게 된다. 사람의 진짜 실력은 어쩌면 다른 곳에 있다는 것을.   

누군가를 대하는 태도, 자신보다 약한 사람을 대하는 방식,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자세,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어떤 마음으로 사람을 대하는 지가 결국 그 사람의 실력이 아닐까.   

특히 사람에 대한 평가는 더욱 조심스러워야 한다. 누군가에게 내가 직접 접해보지 않은 사람에 대한 평가를 듣는다는 것은 사실, 그리 바람직한 과정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좋은 평가라면 기분 좋게 받아들일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은 이상하게도 좋은 이야기보다 나쁜 이야기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자신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이야기인데도 어느 순간 그 이야기에 마음을 보태고, 정체성 없는 공감을 하기도 한다. 더 안타까운 것은 그다음이다.   

자신은 직접 경험해보지도 않은 사람에 대해 들은 이야기를 다시 다른 사람에게 전해, 잘 알지도 못하는 한 사람의 이미지에 작은 흠집을 내기도 한다. 그 흠집은 말하는 사람에게는 아주 작은 흔적일지 모르지만, 당사자에게는 쉽게 지워지지 않는 상처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 한 번 더 생각하려 한다. ‘나는 이 사람을 직접 경험해 보았는가?’   

그리고 한 번 더 묻는다. ‘내가 지금 들은 이야기가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을 내가 다른 사람에게 전할 필요가 있는가?’ 모든 사실이 반드시 말해야 할 진실은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을 평가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다. 하지만 한 사람을 이해하는 일은 어렵다.   

몇 마디의 말로 누군가를 규정하는 것은 쉽지만, 그 사람이 살아온 시간과 그 안에 담긴 사정까지 들여다보는 일에는 마음과 시간이 필요하다.   

어쩌면 그래서 마음이 실력인지도 모른다.’ 말을 잘하는 것보다 말을 아낄 줄 아는 것, 사람을 판단하는 것보다 기다려 주는 것, 남의 약점을 찾아내는 것보다 장점을 발견해 주는 것.   

그리고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쉽게 편을 가르기보다 혹시 내가 모르는 사정이 있지는 않을까하고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것. 그것이야말로 살아가면서 갖추어야 할 진짜 실력일 것이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사람을 많이 만나게 된다. 그리고 사람을 많이 만날수록 더 알게 된다.

화려한 말보다 따뜻한 마음이 오래 남고, 높은 자리보다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그 사람을 기억하게 만든다는 것을. 결국 사람은 자신이 가진 것으로 평가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사람으로 남았는가로 기억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오늘도 나 자신에게 묻는다. 나는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인가. 무엇을 얼마나 이루었는가. 그보다 먼저, 나는 사람을 어떤 마음으로 대하고 있는가. 어쩌면 그것이 내가 가진 가장 중요한 실력일 테니까.   

마음이 실력이다. 오래전 드라마 속 한마디가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 내 마음에 남아 있는 이유를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사람의 진짜 실력은 얼마나 많이 가진 것보다 어떤 마음으로 사람을 대하며 살아왔는가에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좋은 마음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 사람의 삶에서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 글쓴날 : [2026-09-06 00:01: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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