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그냥 가는 일은 없다. 흐르는 시간 속에는 얻는 것과 잃는 것이 있고, 만남과 이별이 있다. 우리는 그 과정을 지나며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맺는다. 때로는 그 관계를 통해 미처 알지 못했던 자신의 모습까지 발견한다. 그래서 시간은 무언가를 가져가는 동시에 많은 것을 보여주는지도 모른다.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는 저마다의 방식이 있다. 누군가는 마음보다 유불리를 먼저 생각한다. 이 사람과 가까워지면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멀어지면 무엇을 잃게 되는지를 따진다. 힘 있는 사람에게 자연스럽게 가까이하고, 자신에게 도움이 될 때는 한없이 다정하다가도 필요가 사라지면 관심을 거두기도 한다.
관계에 어느 정도의 계산이 들어오는 것 자체가 잘못은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지키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다만 계산이 관계보다 앞서는 순간, 사람은 어느새 한 사람의 존재가 아니라 나에게 필요한 대상으로 보일 수 있다.
관계에는 기억이 있다. 내가 건넨 말 한마디와 상대에게 보인 태도 하나하나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지금은 지나간 일처럼 보여도 시간이 흐른 뒤에는 그 관계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오기도 한다.
역사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만난다. 중국 전국시대 초나라의 정치가 굴원은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며 군주에게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전했던 인물이다. 그러나 그의 뜻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결국 조정에서 멀어지고 유배의 길을 걷게 된다.
굴원의 이야기가 오늘날까지 전해지는 것은 한 충신의 삶이 안타까워서만은 아닐 것이다. 자신에게 필요한 말을 해주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 그리고 서로 다른 생각에도 귀를 기울이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생각하게 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관계도 크게 다르지 않다. 나에게 좋은 말만 해주는 사람과 나를 위해 필요한 말을 해주는 사람은 다를 수 있다. 전자는 마음을 편하게 하지만, 후자는 때때로 나를 돌아보게 한다. 그렇다고 불편한 말을 모두 옳다고 받아들일 필요도 없다. 중요한 것은 서로 다른 생각을 존중하며 한 번 더 들어보려는 마음일 것이다.
건강한 관계에는 적당한 거리도 필요하다. 누구에게나 같은 마음을 내어주는 것이 진정성은 아니다. 서로의 존재와 경계를 존중하면서도 필요에 따라 상대를 이용하지 않는 것, 그리고 나와 다른 생각에도 마음을 열어두는 것. 그것이 오래가는 관계의 바탕이 아닐까?
사람은 생각보다 오래 기억한다. 누가 나를 필요로 해서 곁에 있었는지, 누가 나라는 사람 자체를 존중했는지, 그리고 나 역시 누군가에게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시간은 말없이 보여준다.
그러니 조금 늦게 얻더라도 진심을 선택했으면 한다. 당장 내게 유리한 사람보다 함께 있을 때 마음이 편한 사람, 필요할 때만 찾는 사람보다 아무것도 얻을 것이 없어도 곁을 지켜주는 사람을 선택하는 일이다.
결국 사람 사이에서 오래 남는 것은 계산보다 진정성이다.
시간은 사람을 만나게 하고, 사람을 떠나게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가 어떤 마음으로 사람을 대했는지까지 조용히 남겨놓는다.
그래서 오늘 내가 맺고 있는 관계를 한 번쯤 돌아본다.
나는 사람을 얻고 있는가, 아니면 사람의 가치를 내 필요에 따라 판단하고 있는가.
그리고 나는 나와 다른 생각에도 마음을 열고 있는가. 어쩌면 시간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삶의 지혜는 거창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사람을 얻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을 존중하는 일, 그리고 내 곁의 사람에게 진심으로 귀 기울이는 일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