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가
  •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잘못에는 원칙으로 대응하며, 사람을 향한 온기만큼은 잃지 않는 사회이기를 바란다.
  • 공적인 자리에 있는 사람의 말과 행동은 때로 공연을 멈추게 하고, 때로는 국가 재정을 둘러싼 거친 표현으로 논란을 일으킨다. 말 한마디와 행동 하나가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는 것은 그 자리가 지닌 무게 때문이다. 그런데 더욱 씁쓸한 것은 논란 그 자체보다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엇갈린 시선이다.   

    자신이 지지하는 사람의 잘못 앞에서는 온갖 이유를 들어 감싸고, 사실관계가 분명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정당화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반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며 실망과 불만을 쏟아내면서도, 다음 선택의 순간에는 사람만 바뀐 채 익숙한 정당과 비슷한 성향의 인물에게 다시 기울어지기도 한다. 비판은 하지만 선택은 달라지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모습은 중앙 정치권에만 머물지 않는다. 지역사회를 이끄는 지방자치단체와 그 주변의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공적인 판단보다 개인적인 친분이 앞서고, 잘못을 바로잡기보다 관계를 지키는 일이 우선되는 순간이 있다면 그 역시 돌아봐야 할 문제다. 지역사회일수록 서로의 관계가 촘촘하게 얽혀 있어 비판은 조심스러워지고, 침묵과 두둔이 때로는 충성이나 의리로 포장되기도 한다. 그러나 지역을 위한 판단과 특정인을 위한 판단은 분명히 구분되어야 한다.   

    자신과 가깝다고 여기는 한 사람을 두둔하고 챙기는 데 몰두한 나머지, 정작 주변의 많은 사람이 자신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지 놓치는 경우도 많다.

    한 사람과의 충성도를 발휘하려다 가까이에 있는 여러 사람의 신뢰를 잃는다면, 그것은 과연 관계를 잘 지킨 것일까. 가까운 사람을 감싸는 마음 자체가 잘못은 아니다. 하지만 그 사람의 잘못까지 대신 변호하면서 자신의 판단과 원칙과 이미지마저 흔들린다면, 결국 지키려던 사람도, 자신도 온전히 지키지 못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잘못을 알면서도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것일까. 정말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 관계와 소속 안에서 얻는 유불리를 쉽게 내려놓지 못하기 때문일까. 자신의 판단이 틀렸음을 인정하는 일이 그동안의 믿음과 선택까지 부정하는 것처럼 느껴져 잘못을 외면하는 것은 아닐까.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옳다고 믿고 싶어 한다. 그래서 자신이 지지하는 사람의 잘못은 작게 해석하고, 반대편의 잘못은 더 크게 받아들이곤 한다. 하지만 누구의 행동이냐에 따라 원칙이 달라진다면 그것은 공정한 판단이라 할 수 없다. 친분과 충성심이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순간, 비판은 힘을 잃고 잘못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지도계층의 언행은 사회의 신뢰를 좌우하고, 그것을 바라보는 시민의 태도는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결정한다. 사람을 바꾸는 것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잘못을 무조건 감싸는 지지, 한 사람을 두둔하느라 주변의 신뢰를 잃는 태도, 비판하면서도 같은 선택을 되풀이하는 습관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비슷한 문제는 언제든 다시 나타날 것이다.   

    이제는 누구를 지지하느냐보다 무엇을 기준으로 지지하는지 물어야 한다. 친분보다 원칙이, 충성보다 책임이 앞서야 한다. 민주주의에서 선택은 권리이지만, 그 선택을 돌아보는 일은 책임이다. 진정으로 자신과 지역사회를 지키는 사람은 가까운 한 사람의 편에 서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판단이 옳은지, 그 판단이 공동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돌아볼 줄 아는 사람이다.   

    가을이 깊어지며 추위가 다가오고 있지만, 우리 사회의 분위기마저 차가워질 필요는 없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잘못에는 원칙으로 대응하며, 사람을 향한 온기만큼은 잃지 않는 사회이기를 바란다.

  • 글쓴날 : [26-10-20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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